거대한 뿌리

 

거대한 뿌리

17년차 피난민에게

고향 가져 갈 네 번째 짐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한 소년.

 소년에겐 애초에 고향이란 없었다.

 

추석 전날

내무부 장관,법무부 장관 담화문 나 붙은 담벽에

학교에서 주워온 빨간 분필가루 날리면서

그 소년은 명절이 반갑지 않았다.

 

소년이 커 가도

소년의 아버지는

언제고 청산해야 하는 피난민 생활 25년차, 26년차...

 

소년의 아버지는

머리속의 고향을 꺼내어 줄 도리가 없었고

소년은

고향 없이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피난민 57년차.

고향 가져가려 했던 것들은 이제,

돼지 똥 한바가지도 아까울 척박한 곳에

용케도...

추억 없는 살진 뿌리를 내리고 있다.

 

2008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