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시 쓰는 사람이 있다

 

시 쓰는 사람

간판 만드는 후배를 만났다.

원래 간판쟁이가 아니라

헤아리기 어려운 직업들을 헤매다

이번엔 간판쟁이 명함을 내 민다.

 

"형이 아크릴로 해 달라고 했어요? 요즘, 면발광으로 만들면 더 멋진데..."

 

물론 나는 기억조차 하지 못 하고

달아 놓고 난 뒤 지난 3년간

눈길 한 번 제대로 준 기억도 없는데,

모를 소리로 앞질러 나간다.

 

시인이란 모름지기

봐도 보지 못하고

만져도 느끼지 못하는

축생같은 인생들을 일깨우는 사람.

 

내가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지만

내것임에 틀림 없는 것들,

그런 것들에 눈길을 보내고

그런 것들에 뜻을 두는 사람이 내겐 모두

시인이다.

 

오늘은 간판쟁이 시인을 만났다.

 

2008년 1월